도면!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 도면공차와 가공공차

2025. 4. 21. 07:30철컷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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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회사에서 쓰는 도면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일과 관련되어 그냥 손으로 그린 도면같은 것으로 가져왔다.

 

공차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솔직히 막막하다. 기계 가공을 하면서 수많은 공차 관련 문제를 겪었고, 그 중 몇 번은 정말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날리는 큰 불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실수 한두 번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공차 하나 잘못 이해하거나 무심코 넘기면, 수십 시간 공들인 작업이 물거품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예를 들어 설계자는 설계대로 도면을 그려놓았지만, 작업자는 그것을 해석하고 실제로 가공해야 한다. 이때 공차의 해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주 미세한 수치 차이로 인해 제품은 조립되지 않거나, 설계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공 실무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차'라는 단어가 얼마나 무겁고 민감한 것인지 알 것이다.

특히 공차는 단순히 수치를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다. 그 수치가 어떤 기능을 갖고 있으며, 어떤 조립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지를 고려해야만 한다. 단순히 기준선에 맞게 깎았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한 번의 공차 실수는 설계자에게는 데이터 왜곡으로, 작업자에게는 시간 낭비로, 회사에게는 신뢰 손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항상 도면을 보며 제일 먼저 공차부터 본다. 단순히 도면의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가 어떤 공차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 공차를 해석하는 능력은 실무자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1. 치수 공차란 무엇인가?

치수 공차(Dimensional Tolerance)는 '설계 도면'에서 지정된 기준 치수에 대해 허용되는 오차 범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어떤 구멍의 치수가 50H7이라면, 이는 공칭치수 50mm에 대해 H7이라는 허용오차 등급을 적용한 것이다. H7은 ISO 기준에 따라 +0.000mm ~ +0.035mm의 허용 범위를 뜻한다. 즉, 이 구멍은 50.000mm에서 50.035mm 사이로 가공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치수 공차는 부품 간의 조립성과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공차가 좁을수록 부품 간의 간격이나 끼움 상태가 정밀해지고, 넓을수록 제작은 쉬워지지만 품질은 떨어질 수 있다. 설계자는 이 공차를 고려하여 기능, 조립성, 비용 등을 모두 감안한 뒤 도면에 표기하게 된다.

2. 가공 공차란 무엇인가?

반면, 가공 공차는 '가공자'의 입장에서 발생하는 실제 제작 오차다. 기계 정밀도, 공구 마모, 소재 열팽창, 가공 중 진동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실제 결과물은 설계 치수와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다. 이때 발생하는 오차를 우리는 흔히 '가공 공차'라고 부른다.

가공 공차는 설계에서 요구하는 치수 공차보다 작거나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품은 조립되지 않거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내구성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초보자들이 가공 공차와 치수 공차의 개념을 혼동하여, 설계 의도와 무관하게 치수를 잡고 실수를 범하곤 한다.

3. 나의 경험 – 공차가 만든 뼈아픈 불량

과거, 나는 크기 2000x2000이 넘는 대형 베이스 플레이트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모든 탭, 구멍, 가공 형상을 정밀하게 가공한 뒤, 실린더 자리를 마지막에 엔드밀로 돌려야 했는데, 작업 시간이 너무 길어져 "한 번에 잘 됐겠지"라는 생각으로 마무리하고 제품을 내렸다. 하지만 게이지로 측정해보니, 그 치수는 허용 공차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이미 수십 개의 가공이 완료된 상태였고, 그 작업은 전량 폐기 처리되었다. 며칠 동안 멘붕 상태였고, 이 경험은 내게 공차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실수는 제관 제품에서 발생했다. 용접 후 핀작업을 동시에 했는데, '동시작업이면 다 똑같이 나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다. 하지만 용접으로 인한 열변형, 수축으로 인해 핀 홀이 미세하게 커졌고, 결국 모든 치수가 공차 밖으로 벗어나 있었다. 이 역시 가공 공차와 치수 공차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 탓이었다.

4. 도면 해석 시 반드시 알아야 할 공차 기호와 해석

도면에는 다양한 공차 기호가 등장한다. 가장 많이 접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 직선도 (Straightness)
  • 평면도 (Flatness)
  • 진직도 (Cylindricity)
  • 원형도 (Circularity)
  • 위치 공차 (Position Tolerance)
  • 동심도 (Concentricity)
  • 진동 공차 (Runout)

이들 기호는 단순히 '치수값'만을 보는 것으로는 이해가 어렵다. 예를 들어 위치 공차(Position Tolerance)는 중심의 위치 오차를 의미하며, 단순히 구멍의 중심점이 아닌, 기준 기준에서의 허용 편차를 뜻한다. 즉, 도면을 볼 때는 치수값, 공차기호, 기준면까지 모두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5. 도면의 치수는 완성 치수, 가공치는 별도로 판단하자

설계자가 표기한 도면의 치수는 언제나 '최종 제품'의 완성 상태 기준이다. 작업자는 이를 보고 해당 형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공구를 사용하고, 몇 번의 가공 단계를 거치고,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공 여유(Machining Allowance)'를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Ø50.000 ±0.005mm의 구멍을 가공한다고 할 때, 처음부터 이 치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Ø49.8mm 정도까지 가공하고, 마지막에 리머나 호닝 가공으로 정밀 가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가공자는 도면 치수와 실제 공정 단계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6. 공차의 해석 능력은 기술자의 품격이다

공차를 이해하는 능력은 단순히 도면을 '읽는' 수준을 넘어서, 그 제품이 어떤 용도이며, 어떤 조립 관계를 갖는지를 '이해하는' 기술자의 눈을 길러준다. 결국 도면이 말하는 것은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설계자의 의도'다.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숫자만 맞추려 들면, 수많은 공차 불량을 낳게 된다.

지금도 나는 새로운 도면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공차부터 본다. 전체 도면 중 어디가 중요한 조립부인지, 어떤 곳이 품질에 민감한 부분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작업해야 할지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가 공차이기 때문이다.

7. 마무리 – 공차는 결국 실수의 총합을 관리하는 기술

공차는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의 범위를 정해주는 기술이다. 가공 공정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모든 오차를 제어할 수 없다. 하지만, 설계자가 정의한 치수 공차 안에, 우리의 가공 공차를 억제하고 제어하는 것이 바로 기술자의 역량이다.

치수 공차와 가공 공차를 제대로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럴듯한 결과물'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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