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8. 22:59ㆍ철컷살롱
1. 가공의 시작은 ‘공구’다
머시닝센터를 처음 배우던 시절, 내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거대한 기계가 아니라,
손바닥에 쥐어지는 작고 날카로운 공구들이었다.
엔드밀, 드릴, 페이스밀, 터치센서(아큐센터)... 이름은 들어봤지만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특히 초반엔 공구의 크기, 재질, 날 수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조차 나에겐 복잡한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공구에 ‘10파이’라고 써 있어도, 버니어캘리퍼스로 재보면 9.98이나 9.99가 나오는 현실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이거 불량인가?’ ‘내 눈이 잘못됐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공구의 직경은 제조 공차 안에서 허용된 오차 범위 내에서 만들어지며,
절삭 성능과 사용 환경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2. 엔드밀: 가공의 팔방미인
엔드밀은 측면 절삭, 평면 정삭, 홈 가공 등 다양한 공정에 사용되는 대표 공구다.
주로 밀링 작업에서 사용되며, 날의 수에 따라 절삭 조건과 용도가 달라진다.
- 두 날(2Flute): 절삭 칩이 많이 나오는 알루미늄 같은 연질 소재에 유리
- 세 날(3Flute): 칩 배출과 가공 면의 균형, 다용도용
- 네 날(4Flute): 강재 및 고정밀 가공에 적합, 가공면이 깔끔하지만 칩 배출이 다소 약함
처음엔 날 수에 대해 전혀 감이 없었다.
어느 날 알루미늄을 4날 엔드밀로 깎다가 칩이 엉켜 공구가 부러진 일도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재질마다 어떤 날 수를 써야 하는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한, 엔드밀은 직경이 클수록 진동 억제는 좋지만 절삭 부하도 커지고,
공구 길이가 길어질수록 강성(리깅 강도)이 약해져 절삭 조건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이런 개념들은 CAM 조건 세팅, 프로그램 작성, 공정 설계에 모두 영향을 준다.
3. 드릴: 뚫는다는 단순함 속의 복잡함
드릴은 단순히 ‘구멍을 뚫는 도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정 안정성과 정밀도를 결정짓는 핵심 공구다.
특히 ‘직경’을 기준으로 드릴을 고를 때, 내가 가장 당황한 경험은
4.1파이 드릴을 들고 버니어로 재보니 4.07~4.08이 나왔던 그 순간이다.
‘이게 공구가 잘못된 건가?’ 싶었지만, 실상은
🔧 드릴은 정중앙이 두꺼워지고 가장자리는 날을 세우기 위해 깎아낸다는 점,
🔧 그리고 측정할 땐 버니어캘리퍼로 날을 정확히 잡기 어렵다는 점,
🔧 마지막으로 날의 코팅에 따라 시각적 오차가 생긴다는 것까지 배워야 했다.
게다가 드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 스파이럴 드릴: 일반적인 고속 회전 드릴, 범용성 높음
- 센터 드릴: 위치 기준 구멍을 먼저 잡아주는 전처리 드릴
- 딥홀 드릴: 깊은 구멍 전용, 절삭유 공급 구조가 중요함
이 외에도 많은 종류의 드릴이있지만 초보를 위한 글이기에 생략하겠다.
4. 공구 재질: 초경 vs 하이스, 그 차이를 알면 실수 줄어든다
공구 재질은 대개 HSS(하이스: 고속도강) 또는 **초경(Tungsten Carbide)**으로 나뉜다.
하이스는 절삭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공 유연성이 높고, 가벼운 작업에 좋다.
초경은 강도와 경도가 높아 고속, 고정밀 작업에 적합하지만, 충격에 약하다.
나도 처음엔 초경과 하이스를 구별 못 했다.
표면 코팅이 비슷한 경우도 있고, 쓰다 보면 닳아서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공구 파단 시 깨지는 소리와 모양, 무게, 브랜드 마킹 등을 통해 조금씩 감을 잡게 되었다.
5. 터치센서: 기준의 시작점
터치센서는 공작물의 원점 좌표(X/Y/Z)를 설정하는 도구다.
공구 세팅이 아무리 완벽해도, 터치센서를 통해 기준점을 정확히 잡지 못하면
모든 가공이 틀어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보통 작업자가 터치 작업을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파트 중 하나다.
세팅이 틀어지면 공구가 공작물 아닌 바이스를 찍어버리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센서도 종류가 다양하다:
- 기계식 터치센서: 구조는 간단하지만 반응이 느릴 수 있음
- 광학식 터치센서: 정밀하고 반응 빠름, 가격은 비쌈
- 툴터치: 공구 자체의 길이를 측정해 자동 보정
6. 실수는 배움의 시작이었다
나는 처음에 100파이 페이스밀을 세팅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공구는 반경 기준이 아니라 직경이 105mm짜리였다.
이 차이로 프로그램이 엇나가고, 가공면에 2.5mm가 덧붙는 사고가 있었다.
이런 경험들을 거쳐서야 나는 깨달았다.
🔧 공구는 제품이 아니라 ‘정보 덩어리’다.
직경, 길이, 날 수, 재질, 사용 목적, 회전수, 피드, 절삭 깊이...
모든 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려야 진짜 가공이 시작된다.
기계를 세팅하다 보면 하나라도 틀어지는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하게된다.
한순간의 버튼이 기계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더욱 섬뜩한 글들을 올려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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